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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도 블리자드에 귀감이 되는 디아블로 II

 

"며칠씩이나 잠과 싸웠습니다... 꿈을 꾸면  기억이 돌아왔으니까요... 요새의 기억... 그리고 그곳을 장악한 악의 기억이요... 기억... 둘을 분간할  없게  버렸지요." - 마리우스

 

고전 만들기

 

20년도 더 전에 디아블로 II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을 때 목표는 단순해 보였습니다. 디아블로에서 가장 컸던 문제를 해결하고, 원작의 공식을 확장하는 것이었죠. 개발자들이 처음부터 액션 RPG 장르의 정의를 완전히 새롭게 세우거나 이후 한 세대 동안 게임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게임을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디아블로 II는 바로 그것을 해냈습니다.

개발팀은 디아블로 II를 전작보다 크게, 좋게, 빠르게, 강력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둡고 좁은 트리스트럼 대성당이 있던 자리는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방대한 야외 지역에서 막 단위로 펼쳐지는 스토리가 차지했습니다. 캐릭터 직업은 전작의 전사, 도적, 원소술사에서 빙빙 도는 야만용사와 독실한 성기사 등 5개로 확장되었고, 파괴의 군주 확장팩으로 암살자와 드루이드 2개 직업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직업들은 성별과 인종의 폭을 넓혀 주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하나의 주문서를 공유했던 디아블로에서와 달리 직업마다 30개의 고유 기술을 지니고 있어서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했습니다. 빙빙 돌아 적을 쓰러뜨리는 소용돌이, 성기사의 이로운 오라, 강령술사의 소환수 등과 같은 특정 기술은 이후 여러 블리자드 게임의 단골 메뉴가 되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역대급으로 다양한 속성을 지닌 강력한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이로써 누구나 캐릭터 직업, 장비, 능력치, 기술 선택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블리자드에는 디아블로 II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디아블로 II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새롭게 싹튼 우정, 끝없는 재미이며, 어른이 되어 게임 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사무실에서 전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읽어 보세요.

 

로드 퍼거슨 (Rod Fergusson) – Head of Franchise, Diablo

디아블로 II는 제게 형과의 관계를 의미했습니다.  형과 아홉 살 터울이다 보니 어린 시절에 꼭 외동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여덟 살 때 형이 대학에 가려고 집을 떠난 후엔 더 그랬죠. 그 후로 오랫동안 제가 형과 관계를 유지했던 방법 중 하나가 게임이었습니다.  형 덕분에 게임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요.

 

2001년에 우리는 2,200km나 떨어져 있었습니다. 형은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위니펙에 살았고, 전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았죠. 저는 매년 한 번씩 주말을 끼고 형이 사는 곳에 가서 나흘 동안 종일 게임만 했습니다.  그해에는 디아블로 II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제가 도착하던 날인 2001년 6월 21일이 파괴의 군주 확장팩 출시일이라 공항에서 집에 가는 길에 매장에 들러서 게임을 2개 샀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나흘 동안 줄곧 디아블로 II 협동 모드만 했죠.  한참 후 카페인을 잔뜩 흡입하고 잠은 거의 자지 못한 채로, 우리는 본 게임에 확장팩까지 엔딩을 보고 말았습니다. 

 

함께 게임을 했던 그때의 경험이 저와 형에게는 정말 큰 의미가 있었고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죠.  제가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의 개발을 총괄하게 됐다고 말했더니, 형이 이런 문자를 보냈더군요. "디아블로 II 파괴의 군주 확장팩이 2001년 6월 21일에 나왔네. 어떻게 보면 진짜 옛날 일 같고 어떻게 보면 바로 방금 있었던 일 같다. 내가 형으로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추억 중에 하나야."


랜스 킴벌린(Lance Kimberlin) – Product Manager, Battle.net & Online Products

저는 처음 "고기다!(Ah... Fresh meat!)"라는 대사를 들은 (그리고 흠칫 놀란) 때부터 디아블로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1999년에 배비지스 매장에서 디아블로 II를 예약하고 영원 같은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제 게임을 받았죠. 소장판 70000부 중에 23097번이었습니다. 그 박스랑 디스크, 멋진 디아블로 액션 피규어는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게임을 몇 시간이나 했냐고요? 어... 그 이야기는 안 하는 편이 좋겠네요.


제시 맥크리(Jesse McCree) - Lead Game Designer, Diablo IV

제가 디아블로 II를 좋아하는 이유는 엄청 재밌기 때문입니다! 디아블로 II는 제 커리어 초반에 나왔는데, 그 덕분에 단순하면서도 잘 실행되는 게임 루프와 컨트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게임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전 디아블로 II의 세계와 그 분위기가 좋습니다. 디아블로 VI의 수석 게임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지금도 귀감으로 삼고 있죠!


릴리 가드너(Lily Gardner) – Associate Game Producer, Diablo IV

제게 디아블로 II의 의미를 설명하라고 하면 소설 한 편도 쓸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쓰려면 쉽지 않겠지만, 디아블로 II가 게임에 대한 관심과 게임 업계 경력(특히 블리자드에서의 경력)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최소한 시도는 해 봐야 부끄럽지 않겠죠!

 

전 어릴 때 겜잘알이었습니다. 아빠가 PC로 게임을 하고 코딩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차차 직접 게임을 하기 시작했죠. 세일러문 퍼즐 게임에서 심즈까지 다양한 게임을 했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 게임을 처음 접한 건 디아블로 II와 파괴의 군주를 통해서였습니다.

 

12살이 되기 직전 여름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힘과 기량을 자랑하는 여자 영웅, 암살자를 플레이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네요. 거미 동굴을 탐험하고, 피와 살덩어리를 보고 놀라고, 마을 차원문 두루마리를 미리 쟁여 두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욕하던 추억이죠. 모종의 비밀 레벨에 대해 끝도 없이 떠들던 것도 기억나고요...

 

암울하고 악마적인 것을 좋아하는 취향과 게임 하나에 몇 주씩 빠져 사는 습관은 지금도 그대로고, 많은 부분이 디아블로 II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성역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블리자드는커녕 게임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테고, 고딕 문화에 끌리는 취향도 생기지 않았겠죠.

 

그런 의미에서 디아블로 II와 이 게임을 현실로 만들어 준 모든 능력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디아블로의 악마적인 영향

 

디아블로 II의 디자인 요소들은 지금까지 다른 여러 블리자드 게임에도 도입되었습니다. 게임의 요구 사항을 해결해 주기 때문일 때도 있었고, 그냥 재미있기 때문일 때도 있었죠. 워크래프트 III의 경우 특정 전리품 테이블에서 무작위로 선택되는 아이템이 있었고, 경험치로 레벨을 올리고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기술 포인트를 분배해서 키울 수 있는 영웅이 있었습니다.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디아블로 II 특유의 기술 트리 시스템이 최초 출시판부터 대격변 확장팩에 이르기까지 특성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캐릭터 직업별로 3가지 특성 트리가 있는 점부터 점수 분배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를 취향에 따라 성장시킬 수 있으며, 특정 기술에 점수를 투자하면 보다 강력한 기술이 열린다는 점까지 디아블로 II의 영향이 눈에 들어옵니다.

 

 

 

불멸성의 비밀

 

오늘날 디아블로 II는 아직도 인기가 많으며, 2020년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열성 플레이어들은 아직까지도 이 게임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 방법을 새롭게 찾아가는 중입니다. 모드를 통해서만 가능한 극적인 변화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지만, 스스로 제약을 부가하여 창의적으로 디아블로 II를 즐기는 분들도 있죠. 이런 변종의 예를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헐벗은 분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헐벗은 채 게임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물약을 제외하고는 아이템을 전혀 주울 수 없죠. 플레이어들은 오로지 직업 기술과 팀워크에만 의지하기로 합의합니다. 직업마다 고유한 능력이 있으므로 플레이어 혼자서는 불가능할 일도 파티를 맺으면 해낼 수 있습니다. 헐벗은 공략은 보통 혼돈계 이벤트를 완료하고 궁극의 우두머리를 정복하는 시점까지 갑니다. 아이템을 전혀 착용하지 않고 말이죠!

 

철인 토너먼트:

철인의 개념 자체는 간단합니다. 8인의 플레이어가 하드코어 캐릭터를 새로 만듭니다. 모두 함께 게임을 하면서 새로 발견하는 아이템만 사용해 레벨 9까지 갑니다. 기존에 구해 둔 장비는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죠. 레벨 9를 달성하는 순간 파티는 마을로 돌아가고, 서로 적이 되어 죽을 때까지 결투를 벌입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죠.

 

스피드런:

디아블로 II는 다양한 직업과 모드(하드코어든 아니든), 무작위로 생성되는 지도와 아이템 덕분에, 스피드런을 하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최단 시간 완료 세계 기록은 종종 갱신되지만, 효과적인 전략이 새로 등장하면(그리고 약간의 운이 따른다면) 오랫동안 기록을 지키는 일도 있습니다.

 

성배

성배 퀘스트의 목표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세트 아이템과 고유 아이템을 하나도 빠짐없이 직접(거래는 허용되지 않으며, 아이템이 떨어지는 장면을 직접 봐야 한다는 뜻이죠) 수집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싱글플레이어로 즐기며, 스프레드시트나 앱으로 얻은 적이 있는 아이템을 기록하는 플레이어도 있고 무한 보관함 기능을 추가하는 모드를 사용해 아이템을 모두 소장하는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이어지는 악의 명맥

 

디아블로 II의 20년을 돌아보면서, 이 게임으로부터 얻은 교훈이 블리자드의 지난 20년 동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신작 게임(특히 디아블로 게임들)을 개발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시작됐을 때 혹은 디아블로 II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여러분이 어디 있었든, 이런 추억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다음 20년을 성역에서 보내면서, 으스스하고 어두운 곳을 누비고, 찬란하게 반짝이는 전리품을 모으며 세상에서 공포와 증오, 파괴를 몰아내기 위해 싸우는 영웅들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20년이 지나도 블리자드에 귀감이 되는 디아블로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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